방폭 지역 내 소방설비 설치 시 유의사항

화재 위험이 높은 산업현장에서는 방폭(防爆) 지역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방폭 지역은 가연성 가스나 분진이 존재하여 폭발 위험이 있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곳에 소방설비를 설치할 때는 일반적인 기준과는 전혀 다른, 훨씬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방폭 지역 내 소방설비 설치 시 꼭 알아야 할 기준과 유의사항, 그리고 실제 사고 사례까지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방폭 지역이란 무엇인가요?

방폭 지역은 공장이나 창고, 실험실 등에서 가연성 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 있는 공간을 뜻합니다. 이곳에서는 아주 작은 전기 스파크나 정전기만으로도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 하나하나가 방폭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Zone 0은 항상 가연성 물질이 존재하는 공간, Zone 1은 간헐적으로 존재하는 곳, Zone 2는 비상시만 발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분류됩니다.

소방설비도 이와 같은 환경에 맞춰 특별히 설계되고 설치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재를 막기 위한 설비가 오히려 폭발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폭 구역에 설치 가능한 소방설비 종류

방폭 구역에 설치할 수 있는 소방설비는 반드시 방폭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방폭형 자동화재탐지기, 방폭형 수동식 소화기, 방폭 구조의 경보장치 등이 있습니다. 이 설비들은 정전기 방지 및 차폐 구조가 적용되어 있어, 전원이 연결되어 있어도 외부에서 점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 소화설비는 Zone 2 정도의 낮은 위험구역에서는 제한적으로 설치가 가능하지만, Zone 0, Zone 1 같은 고위험 구역에는 설치가 제한됩니다. 이 경우에는 화재 감지와 동시에 외부에서 원격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설치 시 반드시 유의해야 할 법적 기준

첫째, 제품은 반드시 방폭 인증을 받은 것이어야 하며, 제품 표면에 Ex 기호 및 인증번호가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전선이나 배선은 금속 덕트를 통해 차폐하거나, 이중 절연 처리를 거쳐야 합니다. 셋째, 경보장치의 경우 외부 전원이 차단되어도 작동 가능한 이중 전원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하며, 정기 점검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소방설비의 유지관리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방폭 지역은 유지보수 작업조차 폭발 위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모든 점검은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작업 전 사전 허가 절차를 거치고, 반드시 방폭 작업에 숙련된 인력이 참여해야 합니다.

방폭 기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 사례

2023년 부산의 한 정밀화학 공장에서는 방폭 인증이 없는 경보장치를 설치한 것이 원인이 되어, 장비 내부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누출된 휘발성 용제와 반응해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4명이 화상을 입고 생산라인이 일시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규정 위반이 어떻게 실제 재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방폭 설비는 단가가 비싸고 설치 조건도 까다롭지만, 생명과 직결된 요소이기 때문에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방폭 지역 소방설비 설치 요약 정리

• 방폭 지역은 Zone 0, 1, 2로 나뉘며, 각 구역별 위험 수준에 따라 설비 제한이 다릅니다.
• 설치하는 모든 소방설비는 방폭 인증(Ex 등급 등)을 받아야 합니다.
• 배선과 전원 설계 역시 방폭 기준을 따라야 하며, 유지관리도 전원 차단 후 진행해야 합니다.
• 일반 설비를 사용하거나 규정을 무시하면 실제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방폭 지역은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 설치하는 소방설비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따라서, 설계 단계부터 설치, 유지관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기술 기준을 철저히 반영해야 합니다. 소방설비가 그 본래의 목적을 다할 수 있도록, 방폭이라는 특수 조건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작업해야 합니다.

방폭 설비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불편함과 비용보다 중요한 건 현장의 안전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합니다.